[교육정보] [고등] 우리 아이 ‘중학교 4학년’ 되지 않으려면

예비 고1이 알아야 할 것
코로나19 학습 결손 메울
마지막 기회가 ‘예비 고1’ 시기
내신 중요성 점점 커져…
진로 살피며 선택과목 고르고

비문학 독서로 독해력 키워야

“아이들이 중학교 시절 내내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했잖아요. 대면 수업을 통해 키울 수 있는 집중력, 독해력 등이 현저히 낮아진 느낌을 받습니다. 온라인을 통해서만 공부하고 놀다보니 전반적으로 산만하고 수업 현장에 집중하는 걸 어려워해요. 고등학교 올라가면 말 그대로 ‘끈기 싸움’인데 걱정이 크죠.”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한 교사의 말이다. 중3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아이가 중학교 시절 마지막 기말고사를 치른 뒤 ‘놀 생각’만 한다는 것이다. 대입 레이스가 시작되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사실상 예비 고1 과정에 진입해야 하는데, 아이는 “지금 안 놀면 언제 놀아요”라는 말로 되받는다.

입시전문가들은 “고교 입학 3개월 전인 지금이 코로나19로 발생한 학습 결손을 메울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한다. 고등학교 1학년을 ‘중학교 4학년’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예비 고1이 입학 전 알아두어야 할 것과 공부법 등을 정리해봤다.

선택과목 어떻게 골라야 할까?

예비 고1은 지금의 통합형 수능 체제 안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게 된다. 국어와 수학이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나뉘면서 선택과목에 의한 유불리가 존재하게 됐다. 예비 고1이라면 선택과목을 무엇으로 정할지 큰 그림을 그려본 뒤 학습계획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확률과 통계’를 선택할 경우 자연계열로 진학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문계열 진학에서도 교차 지원한 이과계열 학생들보다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2025년에 본격적으로 시행되지만, 지금 고등학생들은 이미 고교학점제와 유사한 교육과정을 적용받고 있다. 고1 때는 공통과목 위주로 수업을 듣고 2학년 때부터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한다. 학교에서 짜준 시간표가 아닌, 학생이 주체가 되어 수강 과목을 선택한다는 점에서는 이미 고교학점제의 틀 안에 들어와 있다고 볼 수 있다.

과목 선택은 입시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준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수시모집에서는 어떤 과목을 선택해 이수했는지를 관심 있게 본다. 지원자의 전공 관련 호기심과 노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예비 고1이 선택과목을 정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은 두 가지다. 진로와 연계된 과목인지, 성적에 유리한 과목인지를 살피면 된다. 고교학점제 등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스스로 선택해 이수하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고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대입을 외면한 채 ‘내가 원하는 것만 듣겠다’고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대입 전형에서 학생이 어떤 과목을 이수했는지, 해당 과목의 성취도 및 세특(세부능력과 특기사항) 내용을 우선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과목 선택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학교 입학전형 시행계획 등에 나온 ‘전공 연계 교과이수 과목’, ‘핵심 권장과목’ 등의 자료를 참고해도 좋겠다. 이를테면 서울대 생명과학부의 경우 과학 교과에서는 생명과학2를 핵심 권장과목으로, 화학2를 권장과목으로 두고 있다. 한데 화학생물공학부는 물리학2를 핵심 권장과목으로 지정해, 화학2나 생명과학2보다 물리학2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서울대의 권장과목 가이드는 서울대 지원을 고려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참고가 될 수 있다.

일반선택이냐, 진로선택이냐

선택과목은 일반선택과 진로선택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일반선택과목은 9등급제로 상대평가 하지만 진로선택과목은 절대평가에 의한 성취도(A, B, C 3단계)만 제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은 성취도를 받을 수 있다.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물론이고, 수시에서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대학들이 있기 때문에 대입에서 수능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수능에서 치를 과목과 학교에서 배울 과목을 동일하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사회탐구의 경우 많은 학생이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한국지리 순으로 선택한다. 사회 교과는 수시모집에서도 전공에 따른 과목 영향이 적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수능과 동일한 과목을 선택할 것을 추천한다. 마찬가지로 수능 국어에서 언어와 매체를 선택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학교 수업에서도 언어와 매체를 수강하는 것이 유리하다.

우연철 소장(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은 “과목 선택에 대한 판단은 학년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 예비 고1이나 고1 때는 대부분 수시모집을 준비한다. 다만 고2 또는 고3이라면 대입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절대평가 영어가 ‘복병’

사실상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부터 대입은 시작된다. 서울대는 2023년 정시부터 지역균형 전형에 수능 60%+교과 40%를 반영하고, 일반전형에서도 1단계에서 수능 100%로 2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수능 80%+교과 20%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도 2024년 정시부터 수능 80%+교과 20%를 반영하는 교과 우수전형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이제 수시가 아닌 정시에서도 내신의 중요성이 커졌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부터 대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내신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영어는 모든 예비고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사다. 영어가 수능에서 절대평가로 전환된 이후 “영어는 예비고 시절에 끝내고 고등학교 가서는 국어와 수학 등 다른 과목에 신경 써야 한다”는 소문 때문에 학생들과 학부모의 마음이 조급해지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감’으로 대충 찍어 득점하는 영어가 아닌, 생소한 주제의 긴 문장으로 이뤄진 지문의 구조를 파악하며 근거를 찾아 해석하고 유추해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는 ‘골든타임’이 바로 예비 고1 시기다.

중학교 영어와 고등학교 영어는 양적, 질적으로 그 차이가 상당하다. 중학교 영어 시험지가 3장이라면, 고등학교는 10~11장이다. 내신 시험에 교과서 외부 지문 등 부교재 범위가 함께 나오기 때문에 지문 분석하고 내용을 소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상당하다.

영어 서술형 문제와 모의고사 듣기 평가도 학생들에게는 ‘높은 산’이다. 학생들 중 40% 정도가 에이(A)를 받을 수 있었던 중학교와는 달리 고등학교에서는 전교 4%만이 1등급을 받을 수 있기에 만만치 않다. 특히 수능 영어의 경우 총 45문항을 70분 안에 풀어야 하는데, 이는 45문항을 80분 안에 풀어야 하는 국어 영역보다 짧은 시간이다. 영어 듣기 평가 17문항 중 3점 문제 3개를 다 놓치고 독해를 모두 맞는다 해도 91점이다.

‘비문학 독해력’ 키워야

입시전문가들은 “국어 영역 상위권 독해 능력의 핵심은 ‘의미단위 읽기’”라고 입을 모은다. 독해는 눈과 뇌의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한 글자씩 떨어뜨려 읽으면 뇌에서 정보 처리가 안 된다. 아이들이 같은 지문을 여러 번 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예비고 기간에 비문학과 문학 책 100~200권 등을 흡수하듯 ‘읽어 치우는’ 것도 방법이다. 독해력은 결국 훈련으로 교정되기 때문이다. 우 소장은 “고1 첫 번째 중간고사부터 거의 모든 평가가 대입에 반영된다. 예비 고1 기간 동안 국어와 영어, 수학 등 과목 전반에 대한 개념 학습과 그 기초를 다지는 게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출처 : 한겨레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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